병을 치료하는 것은 전쟁과 같아
그를 찾아오는 환자는 대개 말기 암환자들이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갈 형편이 못되거나 병원에서 이미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여 치료를 거부한 환자, 또는 병원에서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낫기는커녕 병원치료의 부작용으로 온 몸이 파김치같이 되어 죽음 일보 직전에 있는 사람들이다.
"병을 고치는 것도 전쟁이나 마찬가지예요. 병을 못 고치면 사람이 죽는 겁니다. 이 병을 못 고치면 내가 죽는다는 각오로 치료에 임합니다. 그렇게 해야 실수가 없어요. 나한테 오는 사람은 전부 말기 암환자들이예요. 염라대왕 문턱까지 와 있는 사람들입니다. 음식 안 넘어가고 대변도 안 나오며 몸무게가 20킬로그램이나 30킬로그램이 줄어든 사람이 많아요. 얼마 전에 환자가 한 사람 왔는데 몸무게가 35킬로그램밖에 안 돼요. 병원에서 장암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하는데 내가 배를 만져보니 뱃속에 딱딱한 돌멩이 같은 것이 수십 개 꽉 차 있어요. 약을 줘서 덩어리 삭이고 대변 나가게 해 줬더니 이제 살 것 같다고 해요.
암이 말기라고 해도 체력만 있으면 완치할 수 있어요. 밥 잘 먹고 변 잘 보고 잠 잘 자면 고치기가 쉽고 병원에서 초기라고 해도 음식을 먹지 못하고 체력이 약하면 고치기 힘들어요. 항암제나 방사선 요법을 쓰면 환자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요.
전에 한 여자가 폐암 말기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해서 가 봤는데 가서 보니 몸이 마치 씨름꾼 같아요. 식욕이 얼마나 좋은지 남의 밥까지 다 빼앗아 먹고 건강한 사람이나 다름없어요. 몸무게도 80킬로그램이나 된다는 거라.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니 잠이 잘 오지 않고 목이 마르며 기침이 난다고 해요. 그런데 엑스레이 사진으로는 암이 온 몸에 퍼졌다는 거라. 이는 허증(虛症)이 아니고 실증(實症)이라, 실증에는 거기에 맞는 약을 써야 돼요. 약을 주었더니 그 약을 먹고 불면증이 없어졌어요. 두 번째 약을 주었더니 그 약을 먹고 갈증이 없어졌고 세 번째 약을 주었더니 그걸로 기침이 나았어요. 그 뒤로 이 여자는 완전히 나아 지금까지 건강해요."
그는 암 말고 간경화증, 당뇨병, 간질, 정신병, 신경통, 관절염 등을 치료한 경험도 많다. 암에 견주면 다른 병은 고치기가 한결 쉽다고 한다. 암환자 중에서는 아직 백혈병 환자가 한 번도 찾아 온 적이 없어서 치료해 보지 못했고 위암, 자궁암, 폐암 같은 것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고쳤다. 나병이나 에이즈를 고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나병환자가 찾아오면 한 번 치료해 보고 싶어요. 지금 생각 같아서는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이즈 환자도 마찬가지예요. 전에 어느 다방 아가씨가 몸이 너무 헤퍼서 밑이 헐어서 진물이 흐르고 사타구니가 썩어서 냄새가 나는 것을 고쳐 준 일이 있어요. 아랫배 윗배 할 것 없이 늘 배가 쓰리고 아프고 얼굴이 핏기가 하나도 없어요. 진단을 해 보니 소건중탕증이 나와요. 그래서 소건중탕에 오적골(五賊骨)을 한 제에 6백 그램을 넣어서 달여 줬더니 그것을 먹고 싹 나았어요. 단 한 번만에. 그 아가씨가 다음에 와서 하는 말이 그 약을 먹고 나니 기운이 펄펄 나고 남자를 아무리 많이 상대해도 이제는 괜찮다는 거라. 이 병이 지금 생각하니 에이즈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사람에 따라 걸리는 병이 달라요. 성병은 피부빛깔이 검은 사람한테 잘 걸려요. 피부빛깔이 검은 것도 여러 가집니다. 황갈색이 있고, 흑갈색이 있으며, 홍갈색이 있고, 적갈색이 있어요. 성병은 천갈색, 또는 천흑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한테 잘 걸려요. 이런 사람은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매독이나 임질 같은 병에 걸리는 수가 더러 있어요. 이를테면 트로코모나스 질염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런 병은 천흑색 피부를 가진 부인들한테 저절로 생겨요. 흑인들한테 에이즈가 많은 것을 봐도 피부빛깔과 성병이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죽기 전에 똑똑한 제자 하나 두었으면
그는 요즈음 제자를 키우는 일에 부쩍 정성을 쏟고 있다. 평생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해 줄 제자를 찾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복진법과 상한론을 가르친 제자가 한둘이 아니다. 서울에 와서부터 13년 동안 가르친 제자가 수십 명이다. 제자 중에는 한의사도 있고 일반인도 있으며 가정주부도 있다.
대개 특별한 비방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꼭꼭 감추어 두고 혼자만 써먹으려 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심선택 옹은 자신이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배운 지식을 한 마디라도 더 남한테 전해주고 싶어한다. 자신의 지식을 온전히 물려받을 수 있는 똑똑한 제자 하나 두는 것이 소원이다.
"제자 중에 한의사들이 많아요. 실력 있는 사람이 많지요. 다들 배운 것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병을 잘 고칩니다. 내가 모르고 있던 것을 제자들이 발견하고 나한테 가르쳐 주는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의사가 암을 안 고쳐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한의사는 보약만 잘 지으면 되는 걸로 알고 일반인들도 한의원은 병을 고치는 데가 아니라 보약만 짓는 곳인 줄 알아요. 한의학으로 못 고치는 병이 없습니다. 양방 병원에서 치료하는 어떤 병이든지 한약으로 다 고칠 수 있어요. 양의학보다 병도 잘 낫고 돈도 적게 들고 부작용도 없어요.
내 나이가 이제 예순 다섯인데 죽기 전에 하나라도 더 전해 줘야 하지 않겠어요. 죽기 전에 나보다 더 나은 제자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제일 큰 소망입니다. 나한테 배워서 평생 써먹고 그것을 책으로 남겨서 후세에 영원히 전할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나한테 배운 것을 20년쯤 써먹고 나면 책 한 권은 나올 수 있겠지요. 그 때는 내 방법보다 훨씬 더 나은 의술이 나올 겁니다. 내가 경험한 것은 죽기 전에 다 전해야지요.
요즈음 한의학을 양의사들이 인정하지 않고 또 한의사들도 양의사들을 무시하며 서로 원수로 여기고 있는데 만약 양의사들이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면 의학에 엄청난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양의사들이 한의학에 관심을 가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옛날에는 진짜 대단한 의술을 지닌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그 의술을 지닌 채로 죽었어요. 세상이 알아주지 않으니까 그 의술을 무덤까지 갖고 가 버린 겁니다."
그는 용약(用藥)에도 능하다. 병이 능히 사람을 죽이지 못하나 약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만큼 그는 약을 몹시 신중하게 쓴다. 무릇 상한론은 처방이 정확하면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을지라도 한두 첩에 신효(神效)를 볼 수 있으나 만약 조금이라도 틀리면 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한론에 쓰는 처방은 약재의 종류가 적은 대신 분량이 많다. 반하(半夏), 마황(麻黃), 부자(附子), 세신(細辛), 석고(石膏), 망초(芒硝) 등 독성이 세거나 성질이 극렬한 약재도 많이 쓴다. 상한론은 정확하게 증상에 맞추어 증상을 없애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처방이 정확하게 맞으면 한 번에 병을 고칠 수 있으나 만약 처방이 한 치라도 틀리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약재는 그 배합에 따라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이를테면 감초를 단방으로 쓸 때는 해독제로 쓰고 다른 약재와 함께 쓰면 중화제로 쓴다. 그런데 용약의 묘미는 배합에 있다.
"감초 같은 것은 쓰임새가 무궁무진해요. 같은 약이라고 해도 어디에 붙이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작용이 나타나요. 감초에 계지를 같이 쓰면 심장 뛰는 사람이 나아요.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서 심장에 손을 대고 다니는 사람, 곧 협심증이 나아요. 이게 계지감초탕(桂枝甘草蕩)이라. 그런데 감초에다 건강을 떡 갖다 붙이면 손발이 차고 오줌이 저절로 나오고 가슴이 답답하고 토하는 증상이 없어져요. 이건 건강감초탕(乾薑甘草蕩)이라. 그리고 호흡이 곤란하고 숨을 헐떡거리는 데에는 마황을 감초 뒤에 갖다 붙이는 것이라. 이건 마황감초탕(麻黃甘草蕩)이고. 또 감기로 목이 쉬고 기침이 나는 데에는 감초에 길경, 곧 도라지를 갖다 붙여요. 그 다음에 뇌성마비로 팔다리가 오므라들고 몸이 마비되는 데에는 작약과 감초를 쓰는 것이라. 이 작약감초탕(芍藥甘草蕩)으로 팔다리가 오그라들어 앉은뱅이가 된 사람을 고쳐 준 일이 있어요. 근위축증이나 근육이영양증으로 앉은뱅이가 된 어린이도 작약감초탕을 오래 복용하면 완전히 나을 수 있어요. 이처럼 다 같이 감초를 쓰는데 어떤 것과 결합하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완전히 달라져요. 이것을 아는 공부가 상한론이예요. 3-5가지 약재가 어울려서 어떤 작용을 하는가, 그걸 공부하는 것입니다. 후세방에는 복진법이 없으니 약초를 처방에 한두 가지씩 보태다 보니까 지금처럼 한 처방에 30-50가지 약재가 들어가는 겁니다. 이렇게 많은 약재가 들어가니까 약효가 서로 중화되어서 두루뭉실한 효과밖에 안 나는 거예요."